
평점: ★★★☆☆(3.5)
한줄요약: FUN한 내용과 전개, 그 사이 매력적인 캐릭터
이런 분께 추천한다!!: 킬링타임용 애니메이션을 찾는 분. 과장된 옛날 애니메이션, 다양한 캐릭터들의 케미를 좋아하시는 분
*스포일러 주의*
*박신아의 개인적인 감상평입니다*
1. 감상계기
2022년 4월 초중반.
유튜브 광고로 배드 가이즈 트레일러를 보게 된다. 드림웍스가 만든다는 것과 울프와 스네이크의 하늘을 점프해 잠시 시간정지되는 듯한 모션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고 계속 눈여겨 보았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서 잊히는 것 같더니 평소 우리가 즐겨 먹던 인기있는 떡볶이집 예약을 성공해 5월 14일에 가족 나들이를 하게 되었는데, 겸사겸사 막내동생에게 영화를 보자고 졸랐고 그렇게 배드가이즈를 보게 되었다.
2. 좋았던 점
- 참신한 그래픽
3D그래픽에 2D라인을 그려 넣은 것 같은 독보적인 그래픽이 나의 눈을 재밌게 하였다. 또한 범죄 오락물과 애니메이션의 조합이 얼마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지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캐릭터들의 과장된 움직임들을 잘 활용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1
또 카체이싱 장면이나 크림슨 포의 활약 씬은 속도감이 미쳤다. 그 장면들을 보며 정말 그래픽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느꼈다.
-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케미
우리의 드림웍스가 또 나의 심장을 훔치러 왔다. 제4의 벽을 넘어 우리와 대화도 하고 능글맞지만 순수한 사랑스러움을 가진 울프, 58살 주제에 푸쉬팝을 좋아하며 온갖 귀여움을 다 때려 박은 스네이크, 노래 잘하는 도른자 피라냐, 변장의 대가 샤크, 천재 해커 타란툴라까지... 아트북을 사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울프가 흰 슈트를 빼입고 있어서 눈길이 갔지만 영화를 다 보니 스네이크가 정말정말 매력적이었다.
뱀이 모티브인 캐릭터는 타 캐릭터처럼 팔 다리가 있지 않아 여러 상황에 제약이 생긴다. 그래서 등장도 잘 안할 뿐더러 나와도 팔 또는 다리가 붙어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스네이크는 이런 팔다리 없는 뱀의 신체적 한계를 넘은 듯이 묘사하였는데 특히나 범죄 용품 중 하나인 로프처럼 애들을 휘감아 탈출이나 물건을 훔치기도 하고 몸을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뱀 캐릭터를 이리 잘 활용한 건 이번 배드 가이즈가 처음 아닐까 싶다.
또, 편견을 깬 캐릭터 디자인도 눈에 띄었다. 몸집이 큰 역삼각형의 여자 경찰서장, 바지를 정장을 입고 연설하는 주지사 다이앤과 앵커 보송보송 티파니. 그걸 보곤 자연스럽게 PC적 요소를 넣었단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들간의 케미도 재밌었다. 캐릭터들 간의 얼굴 맞댐 장면이나 울프가 스네이크를 진심으로 아껴하는 모습, 샤크 어깨에 항상 붙어있는 타란툴라, 피라냐가 노래를 시작하자 얼떨결에 드럼이랑 비트 넣어주는 배드가이즈까지 이들이 완성된 팀이란 걸 보여주는 요소가 많아 이모 미소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 찰떡같은 성우진
모든 캐릭터와 성우의 싱크가 잘 맞았다. 특히나 울프와 스네이크, 피라냐가 찰진 연기를 선보였는데 울프는 기본적으로 미성이지만 중간중간 긁는 목소리가 매력적이었고, 스네이크는 58살이라는 나이에 맞는 걸걸한 목소리를 연기하였다. 피라냐는 기본적으로 하이텐션의 귀여운 목소리지만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른의 목소리와 꿀성대까지 보유해 나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 디테일
나는 이 영화를 3회차나 뛰었다. 그럼데도 아직 놓친 부분이 많을 정도로 디테일이 미쳤다. 울프의 옷매무새 다듬는 장면이나 꼬리를 흔들때 사정없이 울프의 몸이 흔들리는 장면, 이뿐만 아니라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디테일이 느껴졌는데 샤크랑 타란툴라에 문신을 넣어준 것은 물론이오, 울프의 눈썹 스크래치, 한쪽 이빨 나간 스네이크, 다이앤의 눈썹 피어싱 등 이런 사소한 디테일 찾는 재미가 있었다.
- 선곡맛집
이건 드림웍스 작품 공통된 특징인데, 이번에도 정말 작품 분위기에 맞는 곡을 선정하였고 특히 오프닝 씬에서 흘러나온 Stop Drop Roll 은 울프의 화려한 카체이싱 장면과 어우려져 초반부터 "우린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야" 를 말하는 듯했다.
- 주제가
드림웍스가 작곡을 못 해서 기존의 있는 음원을 사용하는 게 아니다. 피라냐의 캐릭터 송인 good tonight 은 듣자마자 반했는데 자선파티서 사람들과 어울려 신나게 노는 배드가이즈, 울프와 다이앤의 댄스씬이 버무러져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 의외로 괜찮은 더빙
2회차까지 뛰었는데도 배드 가이즈를 또 보고 싶어 5월 28일에 예매하러 들어갔는데 개봉한 지 3주하고 더 넘었기에 극장 대부분이 내려간 상태였다. 있어도 더빙밖에 선택지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예매하였고 (또) 막내동생과 보았다.
근데 가장 걱정했던 울프가 원판 성우분과 정말 비슷하게 연기를 하셨는데 중간중간 목소리 긁는 것까지 잘 해줘서 놀랐다. 스네이크는 나이에 비해 젊은 목소리였지만 나름대로 매력 있었고 피라냐랑 다이앤이 정말 싱크가 잘 맞았다. 경찰서장과 보송보송 티파니가 원판과 가장 멀어서 아쉬웠지만 듣다 보니 익숙해져서 괜찮았다.
나는 원작파라 더빙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데 이번 배드 가이즈는 더빙도 신경 쓴 게 보여 나름 만족스럽게 관람하였다.
2-1. 좋았던 장면
- 울프와 스네이크의 피스트 범프(go bad, go home)
이때부터 스네이크를 좋아한 것 같다. 울프가 go bad라며 피스트 범프를 시전할 때 손이 없는 스네이크는 울프 주먹에 얼굴을 부딪치며 go home이라 하는데 신나는 스네이크 표정과 독특한 피스트 범프가 나의 마음을 들썩이게 하였다. 2
- 울프의 카체이싱
악셀을 밟고 기어를 움직일 때 정말 멋있었다. 속도감 있는 연출과 OST, 높은 계단을 덜컹거리며 빠르게 내려가는 장면까지 완벽했다.
- 울프와 다이앤의 댄스
전문 댄서들을 고용해 움직임을 참고하여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정말 신경 쓴 게 보인다. 또 댄스를 시작하기 전 다이앤이 먼저 울프에게 춤을 청하는 장면부터 춤추면서 서로 나누는 눈빛까지 얼어붙었던 헤테로러버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정말 어른들의 바이브가 느껴져서 좋았다...
-타란툴라의 다이앤의 소풍(girls trip)
이것도 역시 장난 아니었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해서 그런지 카체이싱과 다른 속도감을 선보였다. 다이앤 속도의 꿀리지 않는 피라냐의 질주도 내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 울프와 스네이크의 고백
헬기에서 떨어진 스네이크를 잡기 위해 공중으로 점프한 배드가이즈 일행, 울프는 스네이크에게 그동안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고백하였고 어느 말을 하려다 머뭇거리는 울프. 그걸 알아챈 스네이크는 나도 널 사랑해라며 대신 말해주었고 흐뭇하게 서로를 껴안는 장면이다. 여기서 솔직히 난... 놀라웠다. 어린이 만화에 "I Love you"가 나올 줄 몰랐다. 이건... 우정이라 이야기하기엔 그 장면에서 나온 OST가 로맨스 영화에서 나온 노래라고 한다. !! 여태 내가 극장에서 본 스네이크가 울프를 바라보는 눈빛은 사랑이었구나라 못 박아버릴 수 있는 고런 것이었다. 너무 뇌절같지만 이건 찐이야라고 내 마음속에서 말하였는데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자연스럽게 PC적 요소를 넣은 게 아닌가 싶다. 쨋든 꼭 그러지 않더라도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렇다, 그냥 다 좋았다
3. 아쉬웠던 점
- 가볍고 뻔한 전개
이건 양날의 검이라 생각하는 데 긍정적인 입장에서 보면 별생각없이 킬링타임으로 보기 좋은 영화고, 부정적인 입장으론 예상이 가능해 지루하다는 것이다. 둘의 입장 다 동의하는 바이지만 지금보다 덜 뻔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타겟층이 어린아이들이라서 내용을 가볍게 했다기엔 쿵푸팬더와 드래곤 길들이기와 같은 선례가 있었기에 더 아쉬웠는데 두 영화는 재미와 교훈이 적절하게 녹아들었다. 하지만 배드가이즈는 이들이 착한 친구들로 변화된 결정적인 한 장면이 없이 휙 지나갔고 "겉모습으로 상대를 판단하지 마라" 란 좋은 주제도 잘 부각되지 않았다.
- 분량조절 실패
배드 가이즈에 나온 캐릭터들은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이 5인방의 분량은 정말 심각하게 차이가 날 정도이다. 상영시간이 100분이란 것을 감안하더라도 스토리는 울프와 스네이크가 이끌며 남은 인물들은 옆에서 거들어주는 역할만 한다.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장면이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울프와 스네이크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 덕에 매력적인 스네이크란 캐릭터가 탄생하였지만 상영시간을 더 늘리고 다른 배드 가이즈들의 분량을 챙겨주면 좋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4. 앞으로의 기대
드림웍스는 비주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정말 많이 만들었다. 이번 배드가이즈도 동화책 악역 전담이나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늑대, 뱀, 상어, 피라냐, 거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훌륭한 영상미를 선보여 나의 마음을 훔쳐 갔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시대에 맞게 발전하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러웠고,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드림웍스가 다음에는 어떤 작품으로 우리한테 올지 기대가 된다.